석탄·철광석값 고공행진에 “벌크 운임 너마저”… 산업계 시름 깊어져 - 조선비즈

입력 2020.12.24 06:00

컨테이너선 운임이 매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약세였던 건화물(벌크)선 운임도 급등하기 시작했다. 팬오션(028670), 대한해운(005880)등 국내 벌크선사에는 호재이지만, 운임 상승으로 수출기업이나 원자재 수입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전주 대비 9.4%가량 상승한 1325포인트를 기록했다. 11월 18일 기준 1115포인트였던 것과 비교하면 BDI는 한 달 새 약 18.8%가 올랐다. BDI의 핵심 구성 요소인 케이프사이즈(18만톤급) 대형 벌크선 운임도 전주 대비 약 25%, 한 달 전보다는 27%가량 급등했다.

철광석, 석탄, 곡물 등 포장하지 않은 화물을 취급하는 벌크선의 운임 지수인 BDI는 원자재 물동량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세계 경제 동향을 가늠하는 선행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석탄(유연탄) 수입 증가가 운임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석탄 물동량은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7월 이후 수입 감소로 부진했으나, 11월 중순 중국 정부가 연간 석탄 수입 총량을 기존 대비 2000만t 늘리면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최근에는 호주산을 제외한 나머지 석탄에 대한 수입 규제를 일시적으로 폐지해 수급이 엉켰다. 중국은 호주와 무역 분쟁을 벌이는 중이다.

여기에 석탄 수요가 많은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겹치면서 석탄가격 상승세까지 지속 중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12월 3주 차 기준 석탄 주간 평균 가격은 t당 83.96달러로 전주 대비 7.8% 상승했다. 12월 1주 차와 2주 차에도 석탄 주간 평균 가격은 각각 전주에 비해 8.6%, 7.7% 상승하는 등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철광석도 마찬가지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 13일 중국 칭다오항에 수입된 철광석 현물가격은 톤(t)당 160.13달러로 지난 2013년 2월 이후 7년 1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0월만 해도 t당 110~120달러 선이었던 철광석 가격은 11월부터 상승세를 타더니 현재 연초 대비 약 70% 급등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 등에 따라 중국과 호주는 물론 브라질까지 항만 대기 시간이 8~10일로 늘어났다"면서 "이로 인해 전 세계 케이프선의 약 12%가 항만체선으로 묶여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반등을 시작한 BDI지수 상승 추세가 내년 2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컨테이너선 운임 급등이 야기한 ‘물류 대란’이 벌크로까지 옮겨붙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특히 철강업계는 컨테이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벌크선에 제품을 실어 보내는 방안을 강구하는 중이었다. 이미 포스코는 물류 대란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냉연 선재 등 일부 제품을 컨테이너선이 아닌 벌크 선박에 실어나르고 있다.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사들은 원자재를 다량 수입하기 때문에 벌크운임 급등이 이중고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경기 회복에 따라 상품, 원자재 등 전반적인 해상 물동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중국 생산이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명절인 ‘춘제(2021년 2월)’ 이후에는 BDI 상승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벌크선 운임 상승의 영향이 우려보다 크지 않은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벌크선은 주로 완제품이 아닌 원재료를 운송하다 보니 최근 컨테이너선 물류 대란 같은 큰 어려움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열연·후판 등 기존에 벌크 선박으로 운송되던 제품들 경우 운임 상승에 따른 영향이 아예 없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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