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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왜 견주에게 사과해야 했나…공무원 전화 한통에도 '비상’ - 뉴스1

"입마개 왜 안 했냐, 사람이 앉는 벤치에 왜 개가 앉았느냐. 닦아달라" 할머니가 지적하자 시에 민원을 제기해 사과를 받아낸 견주와 그 개들 (사진=양주시민 제공) © 뉴스1

경기 양주의 한 공원에서 환경지킴이로 일하던 노인과 산책 나온 견주가 언쟁을 한 사건이 논란인 가운데, 사태가 커진 배경에 양주시와 노인일자리사업을 수탁한 기관 간 '갑을 관계'가 자리하고 있었다.  

7일 양주시와 노인일자리 수탁기관 등에 따르면 사건 당사자인 견주가 양주시청과 경찰 등에 민원을 제기하자 시는 '민원이 있다'고 위수탁기관에 전달했고, 이후 환경지킴이 조장으로 일하는 할머니가 견주를 만나 '사과'했다. 

당초 시민들의 제보에서는 '개가 앉은 자리를 닦아달라'고 요청했다가 견주의 항의를 받았던 할머니가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할머니는 '잘못이 없다'고 사과를 거부했고, '민원 무마'를 위해 조장 할머니가 대신 사과했다는 것이다.

개들의 벤치 이용 문제로 할머니와 언쟁했던 견주는 동주민센터, 시청, 경찰서,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전화해 '우리나라에 개들을 벤치에 앉히지 말라는 법'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견주는 뉴스1과의 수차례 통화에서 "동주민센터에 전화했더니 '법' 관련해서는 경찰서에 문의하라고 안내했다. 그래서 경찰서에 전화했더니 '민원 넣으라'고 안내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의 안내'에 따라 민원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양주시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담당부서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위탁기관에 민원 내용을 전달한 사실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견주 관련 민원' 내용을 위탁기관에 전달했을 뿐 사과를 권고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인회 등 수탁기관 관계자들은 "그 자체로 압박"이라고 반박했다. 

노인회 관계자는 "수탁기관은 '노인일자리사업'을 맡기는 예산배정기관인 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며, 일종의 '암묵적 압박'이 작용하는 구조"라고 이번 사건의 배경을 설명했다. 

시가 올해 노인일자리와 사회활동 지원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66억원에 달한다. 시는 수탁기관에 대한 보조금 사업 정산 등 점검과 감사를 상시적으로 진행하면서 이들 기관을 감독한다. 문제가 있는 기관은 다음해 사업에서 배제될 수 있다.  

양주시의 공익형 노인일자리사업은 올해 위탁기관이 바뀌었다. 견주에게 사과한 노인들이 참여한 사업의 위탁기관은 올해 처음 이 사업을 맡았다.

종전까지 대한노인회 양주시지회에서 맡았던 사업이고 약 십여년간 진행했던 터라 이 사업에 대한 노하우는 비교적 축적된 곳이 노인회 양주시지회다. 해마다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사업 진행에 대한 상위점수를 받았다.

작년까지 약 480명의 일자리 창출을 담당했던 노인회 양주시지회는, 올해 시로부터 이 사업을 배정 받지 못했다. 

복수의 노인회 관계자는 "지난해 '시 핵심 관계자에 대한 퇴진운동'을 진행한 바 있는데 그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공교롭게도 올해 공익형 사업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인회 관계자는 "수탁 받는 기관은 시에 밉보이면 예산을 배정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 노인회가 바로 그 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시가 극성 민원 내용을 수탁기관에 전달하면, 그것은 상당한 압박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올해 시의 공익형 노인일자리사업은 노인회를 제외한 3개 기관에서 나눠 맡았다. 이 사업 외에도 시에서 보조기관에 맡기는 노인 관련 사업은 상당수다. 각 보조기관들은 입찰이나 수의계약 등을 거쳐 사업을 맡게 된다. 

시의 노인 인구는 약 3만4000명으로, 이중 50.9%는 100만원 미만의 소득으로 생활한다. 노인 인구가 증가한 만큼 일자리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공익형 근로에 참여하는 노인들은 민원 발생을 최소화하라는 압박 속에 일하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경기 양주시 옥정호수공원에서 만난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 환경지킴이 어르신들. 이중 조장인 최 할머니가 지난달 31일 견주를 만나 사과했다고 밝혔다. © 뉴스1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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