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국제전화 사용 규제 - 자유아시아방송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북한의 국제전화 사용 규제’입니다.

20년전 제가 미국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국제전화를 걸 때 불편한 점이 있었습니다. 국내전화에 비해 요금이 꽤 비쌌기 때문에 더 싸게 걸 수 있는 방법이 없나 여기저기 알아봤는데요, 요금이 쌀수록 번호를 복잡하게 눌러야 했습니다. 그리고 전화요금을 아끼려고 가급적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고 용건만 간단하게 말하려고 했죠. 하지만 전세계가 인터넷으로 그물망처럼 연결된 지금은 이런 걸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지능형 손전화가 보급된 뒤로는 국제전화 요금을 따로 낸 기억이 없습니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같은 지능형 소전화 앱에서 음성통화 기능을 쓰면 되니까요. 북한에 계신 청취자분들 중에도 카카오톡이나 중국의 위챗을 써보신 분들이 꽤 많죠. 중국에서는 웨이신이라고 부르는데, 한국의 카카오톡과 비슷합니다. 통화하는 사람이 전세계 어디에 있든 인터넷망에 연결하면 편하게 서로 통화할 수 있습니다. 물론 데이터 요금을 내야하지만 다른 나라에 있는 사람과 통화한다고 해서 요금을 더 내는 건 아닙니다.

북한주민들은 두만강이나 압록강 근처에서 중국 손전화로 카카오톡이나 위챗을 쓰죠. 이것만 있으면 중국과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지들과 통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감시를 피하려면 여러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이후로는 감시와 단속이 더 철저해져서 한국이나 중국에 있는 가족 친지들과 통화하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카카오톡이나 위챗이 나오기 전에는 한국에 있는 가족과 통화할 때는 브로커의 손전화로 국제전화를 받아야 했죠. 그만큼 요금도 비쌌구요. 한 때는 브로커가 자기가 갖고 있는 중국 손전화와 북한 손전화를 붙여 놓고 한국의 탈북자와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서로 통화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통신망으로 연결할 수 없으니까 이렇게 머리를 쓴 건데요, 통화 음질은 많이 떨어지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에서 국제전화를 한 셈이 되죠.

원래 외국인들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북한에서 국제전화를 쓸 수 없었습니다. 자기 손전화를 갖고 가더라도 평양 순안공항에서 뺏기다시피 맡겼다가 출국할 때 다시 받아가야 했습니다. 그러다 2013년부터 외국인의 손전화 반입을 허용했는데요, 자기 손전화의 식별번호를 북한 세관에 등록하고, 고려링크 유심카드를 사서 끼우면 평양에서도 국제전화를 걸 수 있습니다. 물론 인터넷도 연결해서 쓸 수 있습니다. 가격은 엄청나게 비쌉니다.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 중국, 동남아시아로는 전화할 수 있어도 한국으로 거는 국제전화는 차단돼 있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아주 없는 거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평양에 있는 외국인이 중국으로 국제전화를 걸었는데, 마침 이 사람이 중국이 아니라 한국으로 출장 가 있는 동안 전화를 받을 수 있겠죠. 그럼 결과적으로 평양에서 한국으로 국제전화를 한 셈이 됩니다.

북한에 있는 중국 화교들도 일종의 외국인 대접을 받아서 국제전화를 걸 수는 있는데, 요즘 허가조건이 아주 까다로워졌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화교들도 이제는 통신확인증이 없으면 국제전화를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전에는 중국 여권만 가지고 가서 국제통신센터나 호텔 전화로 중국으로 전화를 걸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자기가 사는 곳의 보위부에 가서 국제전화이용 확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국경이 막히고 장마당 물가도 올라가서 화교들 역시 생활이 어려워졌는데, 중국의 가족들에게 전화해서 생활비를 보내달라고 부탁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보위부에 뇌물을 고여야 확인증을 받을 수 있고, 국제전화요금도 1분에 10달러인데, 10분짜리 카드를 100달러에 미리 한꺼번에 사야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코로나 사태 이후에 스스로 문을 더 굳게 닫아거는 모습의 한 단면을 보는듯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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