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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줘도 안 받았다…버핏은 왜 비트코인을 싫어하나 [임현우의 비트코인 나우] - 한국경제

"쥐약의 제곱…내재가치 없는 투기·망상"
지난해 선물받은 비트코인은 '방치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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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과 일론 머스크가 싸우는 그림을 실은 2016년 한 매체의 표지/ 사진=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워런 버핏과 일론 머스크가 싸우는 그림을 실은 2016년 한 매체의 표지/ 사진=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미확인 정보'를 올렸다가 지우는 해프닝이 있었다. 머스크는 "인터넷에서 찾았다"며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최고 재정적 조언'이라는 문구가 달린 그림을 공유했다. 버핏이 "가능한 한 많은 코인을 찾아라. 그리고 빨리"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투자의 귀재' 버핏이 코인을 권했다니! 머스크 트윗에 열광한 암호화폐 지지자들이 줄줄이 댓글을 달았고, 머스크는 신이 난 듯 하트 이모티콘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자신이 공유한 그림을 몇 시간 뒤 내렸다. 사실 버핏에 대한 뉴스를 틈틈이 읽은 사람이라면 이 정보는 가짜임을 직감했을 것이다. 버핏은 암호화폐에 대해 줄곧 비판적 입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이 그림의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어서 올렸는지, 장난삼아 올렸다가 문제가 될까봐 거둬들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버핏은 2018년 벅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비트코인을 "쥐약의 제곱"이라고 불렀다. 또 "비트코인을 사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고 했다. 2019년에는 "고유한 가치가 전혀 없는 망상"이라고 비판했다.

지금도 입장이 크게 바뀌진 않은 것 같다. 올 5월 주주총회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질문을 받은 버핏은 "수십만 명이 비트코인을 갖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대신 그의 오랜 단짝인 찰리 멍거 벅셔해서웨이 부회장이 나섰다. 멍거는 비트코인에 대해 "납치범이나 강탈범에게나 유용하다" "난데없이 뚝딱 만들어진 것" "역겹고 문명의 이익에 반하는 빌어먹을 개발품" 같은 독설을 퍼부었다.

외신들은 버핏이 비트코인에 부정적인 주된 이유를 '내재가치가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한다.

버핏이 저평가된 주식을 골라 장기 보유하는 '가치 투자'를 고수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비트코인이 내재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는 찬·반 진영의 입장이 결코 좁혀지지 않는 화두다. 버핏은 후자 쪽이다. 그는 과거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나 암호화폐는 아무 것도 생산하지 못한다"며 "암호화폐를 산 사람은 다른 사람이 더 높은 값을 지불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왼쪽)과 찰리 멍거 부회장 /사진=AP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왼쪽)과 찰리 멍거 부회장 /사진=AP

비트코인의 기능이 화폐냐 자산이냐를 놓고도 여러 주장이 나오지만, 버핏은 둘 다 아니라고 본다. 그는 비트코인에 대해 "영구적 교환 수단이 아니며 가치를 저장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자신이 이해하는 것에만 투자한다'는 버핏의 철학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버핏은 CNBC 인터뷰에서 "나는 무언가에 대해 '안다'고 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며 "도대체 내가 왜 전혀 알지 못하는 것에 롱(매수)이나 쇼트(매도) 포지션을 취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버핏은 '정보기술(IT)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기술주 투자에도 소극적이었다.

버핏은 지난해 얼떨결에(?) 비트코인 보유자가 됐다. 암호화폐 트론 창업자인 저스틴 선이 450만 달러(약 51억 원)를 들여 '버핏과의 식사' 경매를 낙찰받으면서다. 두 사람은 지난해 1월 미국 네브래스카주에 있는 컨트리클럽에서 밥을 먹었다.

당시 선은 갤럭시 폴드에 탑재된 암호화폐 지갑 '삼성 블록체인 월렛'에 비트코인(BTC) 1개, 트론(TRX) 193만830개, 비트토렌트(BTT) 100개 등을 담아 버핏에게 선물했다. 트론 개수는 버핏 생일(1930년 8월 30일)에 맞춘 것이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왼쪽 세번째부터)과 저스틴 선 트론 창업자 등이 지난해 1월 식사를 마친 뒤 찍은 기념사진 /사진=트론 공식 SNS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왼쪽 세번째부터)과 저스틴 선 트론 창업자 등이 지난해 1월 식사를 마친 뒤 찍은 기념사진 /사진=트론 공식 SNS

버핏의 반응은 어땠을까. 트론 측이 공식 SNS 계정에서 공개한 대화 요지에 따르면, 버핏은 블록체인이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결제의 미래에 혁신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암호화폐에는 부정적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비트코인에 블록체인의 가치가 모두 반영된 것이 아닌 데다 아무런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채 손바뀜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버핏은 미국의 달러 시스템이 잘 운영되고 있다면서, 비트코인을 사느니 땅을 사겠다고도 했다.

선은 버핏에게 "비트코인은 다음 세대의 통화가 될 것"이라며 "당신은 비트코인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지만 손주들은 그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버핏은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내 손자는 내 재산을 미국 달러화로 상속받길 원할 거에요."

버핏은 그날 선물받은 비트코인을 그대로 갖고 있을까. 선은 자신이 버핏에게 건넨 암호화폐 지갑의 주소를 인터넷에 공개한 바 있다. 기자가 10일 비트코인 지갑(3AsXDKX1etLgegepVeJbhj7WeZiypVMgdt)을 확인한 결과 보유량은 1.01520228개였다.

다른 누군가가 비트코인을 추가로 보내온 경우가 이따금씩 있었지만, 이 지갑에서 다른 곳으로 비트코인이 전송된 기록은 없었다. 트론 등도 외부에서 더 들어온 기록만 쌓였을 뿐 주인이 손댄 흔적은 없었다.

신경 끄고 '방치'하는 것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듭 표현한 게 아닐까.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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