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우파> 온라인 종영 간담회
허니제이 “멋있는 여성 댄서 보여줘”
아이키 “나는 댄서라는 게 정리돼”
모니카 "내 인생 터닝포인트 됐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종영간담회. 엠넷 제공
“여자들의 리더십, 열정, 의리, 우정을 보여줄 수 있었고 좀 더 진정성 있는 인식이 생긴 것 같아요. 여성 댄서들에게 ‘예쁘다’, ‘섹시하다’ 이런 느낌보다 ‘멋있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으시는 거 같아요.”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의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에서 우승한 댄스 크루 ‘홀리뱅’ 리더 허니제이는 26일 온라인으로 열린 종영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종영 간담회는 1·2부로 나눠 진행됐다. 권영찬 시피(CP), 최정남 피디(PD)가 참석한 가운데 1부에선 허니제이(홀리뱅)·아이키(훅)·가비(라치카)·리헤이(코카N버터)가 참석했고, 2부에선 리정(YGX)·모니카(프라우드먼)·효진초이(원트)·노제(웨이비)가 자리를 함께했다. 지난 8월 시작한 <스우파>는 국내 최고의 스트릿 댄스 크루를 찾기 위한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8팀의 여성 크루가 출연해 뜨거운 대결을 펼쳤다. 26일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홀리뱅’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방송 장면. 엠넷 제공
이날 ‘<스우파>를 통해 여성 댄서를 향한 대중 인식이 바뀌었나’라는 질문에 허니제이는 “여성이라는 단어를 언급해주셨는데 딱히 여자라서 다르다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근데 일반적으로 여성 댄서라 하면 쇼적인 부분, 볼거리, 가벼운 뉘앙스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스우파>를 통해 여자들의 리더십, 열정, 의리, 우정을 보여줄 수 있었고 좀 더 진정성 있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여성 댄서들에게 ‘예쁘다’, ‘섹시하다’ 이런 느낌보다는 ‘멋있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으시는 거 같다”고 말했다. 리헤이는 “여성 댄서가 아닌 댄서의 인식이 좋아진 게 감사하다. 언더그라운드 신에서만 활동을 많이 했는데 나한테 배우는 학생 중에 부모님이 반대하는 학생이 많았다. 그동안 내가 설득을 해도 썩 좋아하시질 않았는데 이 프로그램으로 한 번에 정리가 됐다고 하더라. 그래서 조금 더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가비는 “여성 댄서보다도 댄서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다. 가수를 빛내주기 위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댄서들이 얼마나 개성 넘치고 실력 있고 재밌는 사람인지 비쳐서 관심도가 높아진 것 같다”고 했다. 아이키는 “우리가 다 선생님이기도 하다. 여성 제자들이 더 많다. 많은 여성이 댄서가 되고 싶어하는데 멋진 분들이 본보기가 돼줘서 도전하고 있는 친구들한테 좋은 것 같다”며 “<스우파>를 통해 남녀 누구든지 춤을 즐길 수 있고 전문적으로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어 “작년부터 댄서로서 방송을 조금씩 했는데 내 포지션이 애매했다. 내가 인플루언서인지, 댄서인지 매 순간 바뀌었다. 그런데 <스우파>를 하면서 나는 댄서라는 게 정리가 됐다”고 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방송 장면. 엠넷 제공
<스우파>에선 허니제이의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 아이키의 “저희 윤경이가 제가 본 것 중에 제일 섹시했다” 등 많은 유행어가 나왔다. 허니제이는 자신의 유행어와 관련한 뒷이야기를 풀었다. 지난 7일 방송된 <스우파> 3회에서 허니제이는 댄스 크루 ‘프라우드먼’ 모니카의 지목을 받아, 리더 계급 워스트 지목 배틀을 펼쳤다. 모니카와 허니제이는 명승부를 펼쳤고, 승자는 모니카였다. 당시 허니제이는 배틀에 들어갈 때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라고 말하며 대결을 즐기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허니제이는 “배틀 때문에 속상해서 우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 배틀이 ‘인생의 전부’도 아니고, (졌다고) 세상이 다 끝나는 것도 아닌데 다들 힘들어해서 ‘얘들아 좀 즐겨’라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언니(모니카)가 왜 날 골랐나’라는 생각에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즐기는 걸 잘 봐’라는 뜻이 컸다. (모니카) 언니랑 친하니까 즐기면서 잘할 자신 있었다”고 했다. 아이키는 “저희 팀에 윤경이가 ‘내가 스물둘만 돼 봐. 내가 제일 섹시하지’라고 말했는데 우리 애들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구나 느꼈다”고 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방송 장면. 엠넷 제공
<스우파> 인기비밀에 허니제이는 “처음에 저희는 잃을 것이 없었다. 연예인이었다면 ‘이미지에 타격이 가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에 눈치를 봤을 것 같다. 그런데 저희는 잃어버릴 이미지도 없고 필터링이 없었다. 그런 부분을 신선하다고 느끼셨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저희는 어쨌든 일반인이지 않나. 춤을 잘 추는 일반인이다. 그렇게 우리 곁에 있을 법한 사람들이 나와서 방송에서 보여주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동질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저희가 오래된 신이기 때문에 이 안에 있는 스토리 같은 것들도 리얼이다. 그런 것들이 진정성으로 다가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리정은 “우리가 녹화할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로 대박은 예상 못 했는데, 예고편을 보곤 확신했다”라며 “인기 비결은 좋은 구성과 출연진이 아니었나 한다”고 했다. 효진초이는 “촬영을 시작했을 땐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달려왔는데 이렇게까지 대박 날 줄 몰랐다. 그런데 예고편을 보곤 나도 방송이 궁금하더라”고 전했다. 노제는 “이렇게까지 이슈가 될 거라곤 생각 못 했다. 비연예인 입장에서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했는데 본방을 보고 재밌겠다, 대중이 시원시원하게 받아들이겠다 생각했다”고 했다. 모니카는 “내 인생 터닝포인트가 된 <스우파>다. 이런 얘기까지 할 수 있을 줄 몰랐다”며 “처음엔 큰 이슈를 불러일으킬까 자신이 없었지만 최선 다했다. 얼마 전에 만난 분이 패자의 모습 처절하거나 불쌍하지 않은 게 인상 깊었다고 하더라. 그런 댄서들의 모습이 응원받은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다”고 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방송 장면. 엠넷 제공
허니제이는 방송 중간 미담이 사회관계망(SNS)으로 전달되며 훈훈한 이슈가 된 것과 관련해서는 “저도 욕심도 있고 보통사람하고 똑같다. 도덕적 기대치가 한껏 올라가서 이제 밖에 가서 짜증도 못 내겠다. 저 원래 투덜인데 무섭더라. 인간관계는 상대적이다. 누군가에게는 제가 나쁜 사람일 수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악의적으로 상처 준 적은 없지만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는 일도 없어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긴다. 좀 더 바르게 살고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 좋은 사람 좋은 댄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스우파>에서 가장 어려웠던 미션에 대해 모니카와 노제는 ‘계급미션’을 꼽았다. 모니카는 “생각보다 계급미션을 할 때 너무 힘들었다. 피디님과 첫 미팅 때 ‘개인전 있냐’고 물어봤을 때 분명히 ‘없다’고 했는데”라며 “퍼포먼스로만 승부 보는 것이라면 통솔할 때 힘들지만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급미션은 능력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했고 잘 나가는 리더들 속에서 해야 해서 더 복잡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시간도 짧아서 힘들었다. 감정도 많이 상했고 추억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노제 역시 “리더들과 해야 하는 계급미션을 듣고 처음에 너무 당황했고 무서웠다. 실제로는 다들 따뜻하게 잘 챙겨줬는데 혼자 괜히 긴장하고 많이 떨었다”고 말했다. 리정은 메가크루 미션을 꼽으며 “그 정도로 많은 인원을 통솔해 본 적이 없어서 좋은 레슨이 된 시간이었다”고 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종영간담회. 엠넷 제공
엠넷은 11월9일과 16일 경연 비화를 담은 <스우파 갈라 토크쇼>를 선보인다. 12월엔 고교생 참가자를 대상으로 8개팀 리더들이 심사위원으로 나서는 <스트릿 걸스 파이터>도 방영한다. 권 시피는 “<스걸파>는 10대들의 학생을 뽑는 프로그램이다. 댄스신이 <스우파>로 끝나는 게 아니라 8크루의 리더들이 심사위원으로 나오면서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다가갈 것 같다”고 했다. <스우파> 시즌2에 대해 권 시피는 “우리는 아직 확정된 얘기가 하나도 없다. 타 방송사에서 유사 방송을 만든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댄스 프로그램이 많아진 것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리는 시즌2로 엠넷 오리지널리티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 여성 댄서와 다른 남성 댄서들의 이야기를 고민하고 준비 중”이라고 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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