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 페북글
권 변호사는 이 글에서 “MBC의 한동훈과 채널A 기자의 녹취록 보도 몇 시간 전에, 한동훈은 반드시 내쫓을 거고 그에 대한 보도가 곧 나갈 거니 제발 페북을 그만두라는 호소? 전화를 받았다”며 “날 아끼던 선배의 충고로 받아들이기에는 그의 지위가 너무 높았다. 매주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시는, 방송을 관장하는 분이니 말이다”라고 썼다. 권 변호사는 이어 “몇 시간 후 한동훈의 보도가 떴고…그 전화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그리 필요치 않았다”고 했다.
이는 MBC가 소위 ‘검·언(檢言) 유착 의혹’이라며 처음 보도했던 지난 3월 31일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MBC는 ‘채널A 기자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검찰 고위 인사와 협력해 수감 중인 이철 전 VIK 대표를 협박하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관계자의 비리를 취재하려고 했다’는 요지로 보도했다.
권 변호사는 이 페이스북 글 말미에 “곧 삭제할 겁니다. 누구도 어디도 퍼가지 마십시오. 소송 겁니다”라고 썼다. 권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사화하지 말라”고 했지만, 본지는 권 변호사의 해당 글이 헌정 사상 두 번째이자 15년 만에 법무부 장관이 수사 지휘권을 발동해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할 만큼 중대 사안으로 번진 ‘검·언 유착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 중요 증언이라고 판단, 공익적 차원에서 이를 보도하기로 결정했다.
권 변호사의 이 글은 현 정부 고위직이 이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돼 있음을 처음으로 증언한 내용이다. 권 변호사와 가까운 한 관계자도 “MBC 보도 초기 권 변호사에게 이 글과 관련된 내용을 들은 적이 있다”며 “글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 글에 따르면 ‘매주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시는’ 현 정부의 고위직이 MBC의 관련 보도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 특히 그 인물은 MBC의 해당 보도가 한동훈 검사장을 내쫓는 일환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점이다. 이는 이 사건이 여권과 친정부 매체들이 주장하듯 ‘검·언 유착 사건’이 아니라, 정부 고위직까지 개입된 윤석열 총장의 측근 한동훈 검사장을 내쫓기 위한 ‘권·언(權言) 유착 사건’일 가능성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증언이다.
MBC의 첫 보도 직후부터 이 사건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과 ‘제보자X’로 불리는 사기·횡령 전과자 지모씨가 MBC와 몰래 카메라를 동원해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인 한 검사장을 엮으려 했다는 ‘권·언 유착’ 사건이라는 반론이 제기돼 왔다. 그런 주장의 주요 근거는 채널A 기자가 MBC의 제보자 지모씨를 마지막으로 만났던 지난 3월 22일, 지씨의 변호인인 황 전 국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 대표와 나란히 찍은 사진과 함께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갑니다”라고 쓴 글을 올렸고, 지모씨가 그 글과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옮기면서 “부숴봅시다! 윤석열 개검들!! ㅋㅋㅋㅋ”라고 적은 것이다.
권 변호사에게 전화를 건 인물은 누구일까. 매주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하고 방송을 관장하는 업무의 정부 고위직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정도를 꼽을 수 있다. 권 변호사는 “해당 글과 관련해 어떤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겠다”며 그 인물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그중 한 위원장은 본지 취재에 “권 변호사가 올린 페이스북 글에 틀린 내용이 있어서 한 차례 통화한 적은 있지만 MBC 보도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었다”며 “그 통화도 MBC의 해당 보도가 나간 이후에 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August 05, 2020 at 05:44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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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관장하는 분, 한동훈 내쫓는 보도 곧 나간다고 전화"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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