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SK하이닉스 (84,000원 1200 -1.4%)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발표를 두고 반도체업계에서 나오는 얘기다. 2012년 SK하이닉스 인수, 2018년 일본 도시바메모리(현 키옥시아) 지분 투자에 이어 SK그룹의 반도체 포트폴리오 전략에 탄력이 붙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계산시 점유율 2배…인수효과 계산식은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SK그룹이 계산한 인수 효과다. 최 회장이 인수 효과에 대한 확신 없이 국내 최대 규모인 10조원대 인수·합병(M&A) 승부수를 던졌을 리 없다는 얘기다.
단순 계산하면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이 2배가량 늘어나면서 단숨에 시장 2위 업체로 올라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61,100원 200 0.3%) 35.9%, 키옥시아 19%, 웨스턴디지털 13.8%, 마이크론 11.1%, SK하이닉스 9.9%, 인텔 9.5% 순이다.
다만 이런 덧셈 뺄셈식 예상은 반도체 제조사마다 미세하게 갈리는 공정 기술 차이나 조직 융합 문제, 인수 이후 고객사 유지 여부 등 유·무형의 비용을 고려할 때 100% 확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첨단기술의 현장인 반도체시장에선 '1+1'이 '2'가 아니라 '1 이하'가 되는 경우가 숱하다. 2013년 일본 D램업체 엘피다를 인수한 미국의 마이크론이 대표적인 사례다.
◇"낸드 외면하고 반도체 역사 못 쓴다"…최태원 결단
글로벌 M&A 시장에 정통한 최 회장도 이런 시나리오보다는 낸드플래시 시장 성장 가능성에 더 주목한 것으로 전해진다. 말 그대로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도 이 지점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전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3.2% 성장할 것으로 본다. 2024년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는 855억달러로 올해 전망치(592억달러)보다 50%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전망만 해도 낸드플래시 시장 성장률(IC인사이츠)이 27%로 D램 성장률(3%)을 크게 넘어선다.
업계 관계자는 "낸드플래시 시장을 외면한 채 반도체 시장에서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고질적 편중구조 해소…"10조 투입 비싼 비용 아냐"
SK하이닉스 내부적으로는 이번 M&A로 D램 편중 사업구조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2분기 기준 D램 매출 비중이 72%에 달하는 반면, 낸드플래시 비중은 24%에 그치는 기형적 사업구조는 그동안 줄곧 SK하이닉스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됐다. D램 가격이 출렁일 때마다 전체 수익이 들쑥날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가 이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시지에서도 이런 문제의식이 드러난다. 이 대표는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사업은 시작이 다소 늦어 후발주자가 갖는 약점을 극복하기 쉽지 않았다"며 "인텔의 기술과 생산능력을 접목해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고부가가치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낸드 사업에서 D램 못지않은 지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 인수가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의 사업 비중은 D램이 60%로 줄고 낸드플래시는 40%로 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딜을 주도한 실무진 사이에서는 10조3000억원이라는 투입자금을 두고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고도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을 하나 건설하는 데 10조~15조원이 들어간다. 시장 관계자는 "인텔의 중국 다롄 생산시설을 포함해 낸드플래시 사업 전반을 인수하는 가격으로 지나치지 않다는 계산이 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인텔도 윈윈…"최적 타이밍에 최선의 선택"
이번 빅딜은 인텔 입장에서도 최선의 선택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논평에서 "인텔이 주력 사업을 우선하는 기본으로 돌아가기 위해 메모리반도체 부문을 매각한 것이 현명한 결정"이라고 평했다.
인텔은 지난해부터 AMD 등 경쟁사에 밀려 주력 분야인 CPU 시장에서 고전하자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정리하려는 신호를 꾸준히 시장에 내비쳤다. 밥 스완 인텔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4월에도 "낸드플래시 수익성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업구조 개편을 시사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월에는 마이크론에 양사 합작 메모리반도체 개발사 지분을 15억달러에 매각했다.
인텔은 이번 딜로 확보하는 자금을 인공지능(AI), 5G(5세대 이동통신), 자율주행 기술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인텔이 윈윈할 수 있는 지점을 최적의 시점에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이정혁 기자, 강기준 기자
최태원-이석희-박정호…2년만에 또 터진 'SK M&A 레전드'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8년 12월19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반도체 생산라인 M16 기공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
'최태원-이석희-박정호'. SK하이닉스가 20일 발표한 인텔 낸드플래시 인수전의 주역으로 이들 세 사람의 삼각 플레이가 주목받는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결단과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의 반도체시장 통찰력,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글로벌 M&A(인수합병) 노하우가 국내 최대 M&A 성공사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번 인수전은 인텔이 낸드플래시 사업 정리를 시사했던 지난해부터 1년 이상 극비로 진행됐다. SK하이닉스의 인수 발표 5~6시간 전에 미국 월가를 통해 소식을 접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일부 외신이 짤막한 기사를 낼 때까지 양사가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소문조차 돌지 않았다.
글로벌 반도체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빅딜인 만큼 양사 모두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 SK그룹 관계자는 "발표 직전까지 그룹에서도 인수건을 아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인수전의 시작은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부문 강화 고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낸드플래시 부문을 두고 이석희 대표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 타당성 등을 검토하면서 딜 초반 논의를 주도했다. 이 대표는 특히 2000~2010년 인텔에서 근무하면서 인텔 내부 사정에 해박해 초반 논의를 탄탄하게 뒷받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과정에서는 SK그룹 최고의 M&A 해결사로 불리는 박정호 사장이 수완을 발휘했다. 박 사장은 2018년 도시바메모리(현 키옥시아) 지분 투자 당시에도 협상이 겉돌 때마다 일본으로 건너가 협상을 지휘했다. 박 사장과 함께 SK텔레콤에서 근무하다 2018년 말 SK하이닉스로 자리를 옮겨 미래전략담당을 맡고 있는 노종원 부사장도 이번 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전의 마침표는 최태원 회장이 직접 찍었다. 반도체 불황기였던 2012년에 하이닉스 인수를 직접 결단했던 최 회장이 이번에도 뚝심을 발휘했다는 후문이다. 최 회장은 2012년 당시 "나의 애니멀 스피릿(동물적 감각)을 믿어달라"며 하이닉스 인수에 반대하는 그룹 내부 목소리를 설득한 것으로 유명하다.
SK그룹은 하이닉스 인수 이후 2015년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4800억원에, 2017년 LG실트론(현 SK실트론)을 1조원에 차례로 사들이면서 반도체 사업을 수직계열화했다.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 제조용 특수가스를, SK실트론은 반도체 기판인 웨이퍼를 생산한다.
올 들어 SK실트론은 올해 5400억원을 들여 듀폰의 차세대 웨이퍼 실리콘카바이드(SiC) 사업부를 인수했다. SK머티리얼즈도 금호석유화학 전자소재 사업을 인수했다.
심재현 기자, 최석환 기자
10조 딜 SK하이닉스-인텔, 낸드 생산기술 어떻게 다른가?SK하이닉스가 20일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문을 10조 3104억원(90억달러)에 인수키로 하면서 양사의 낸드플래시 기술의 차이점에 관심이 쏠린다.
SK하이닉스 (84,000원 1200 -1.4%)는 데이터 저장 셀 사이의 간섭을 없앤 CTF(전하 트랩 플래시: Charged Trap Flash) 방식인 반해, 인텔은 이보다 이전 기술인 플로팅 게이트(Floating Gate) 방식으로 낸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은 약 30년간 플로팅 게이트(Floating Gate)를 통해 데이터를 저장해왔는데 2006년경부터 CTF 방식이 도입되면서 비휘발성 메모리의 개념을 완전히 바꿨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반도체는 이를 기억하는 저장 장소가 필요한데, D램의 경우 트랜지스터는 단지 스위치의 역할만 하고, 캐파시터가 데이터 저장소로써 여기에 전하를 채우면 '1', 전하가 없으면 '0'으로 인식한다.
반면 비휘발성 메모리인 플래시메모리는 트랜지스터만으로 구성되는데, 컨트롤 게이트와 플로팅 게이트 등 2개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플로팅 게이트의 물질 상하에는 절연막이 있고, 그 내부에 전하를 저장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한다.
우물 밖에서 우물안으로 돌을 던져 넣는 것은 쉽지만, 우물 안쪽에서 우물 바깥으로 돌을 던져 내보내는 것은 힘든 것과 같은 원리가 플로팅 게이트가 전하를 가두는 방식이다.
플로팅게이트에 전하를 충전하는 것은 쉽지만 높은 전압을 가하지 않는 한 기존에 있는 전하가 외부로 내보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비휘발성의 성질을 갖는다.
이 플로팅 게이트의 원리는 1967년 미국 벨연구소에 근무하던 한국인 천재 공학자 강대원 박사가 최초로 개념을 정립해 비휘발성 메모리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이같은 플로팅게이트는 반도체 회로가 미세해지면서 셀이 서로 너무 가깝게 인접함에 따라 셀 간 간섭이 발생하는 크로스 토크(Cross Talk)의 문제로 오작동이 생기게 됐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CTF다. CTF는 구멍(Trap)이 많은 나이트라이드(질화물)를 절연체로 사용해 그 구멍 속에 전하를 채워 0과 1을 구분하게 하는 방식이다.
세계적인 반도체 공학자 강대원 박사. |
기존에 도체인 플로팅 게이트가 데이터를 저장하면서 인접한 셀 사이에 전자가 서로 영향을 미치는 간섭이 발생하던 것을 부도체인 나이트라이드가 대신하면서 인접한 셀간 크로스토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게 된 것이다.
현재 이 두 기술이 낸드플래시 생산에 사용되고 있으면, 플로팅게이트 기술도 진화하면서 대용량화로 가고 있지만, 미래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부문을 인수하더라도 일정 기간은 두 기술을 함께 쓸 수 있겠지만 그 이후에는 통합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SK하이닉스는 1998년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D램 사업을 합병하면서 당시 기술표준 경쟁을 벌이던 DDR D램과 램버스D램을 함께 사용하다가 통합한 경험이 있다.
그 당시 DDR D램 방식을 채택했던 현대전자는 ASML 노광장비를, 램버스D램을 채택했던 LG반도체는 캐논과 니콘의 노광장비를 각각 사용했으나, 이후 현대전자 방식으로 안정적으로 통합했다.
오동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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