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5000억원 규모의 자주도하장비 기술협력개발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디펜스가 최근 선정됐다. 앞서 지난 14일 이번 사업을 발주한 방위사업청(방사청)이 현대로템 측에 제안서 평가 결과를 설명하는 ‘디브리핑’을 실시했고, 현대로템은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확정된 결과다. 양사의 제안서 평가 점수가 2점 차이에 불과해 수주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원천 기술이 없기에 한화디펜스와 현대로템은 모두 해외업체와 손잡고 이번 입찰에 참여했다. 한화디펜스는 독일의 GDELS(General Dynamics European Land Systems)가 개발한 M3를 기반으로 국산화한 ‘M3K’를 제안했고, 현대로템은 영국 BAE 시스템즈와 터키 FNSS가 공동 개발한 자주도하장비 AAAB(Armored Amphibious Assault Bridge)를 개량한 모델로 입찰에 참여했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수주에서 한화디펜스가 기반으로 한 M3가 실전경험과 수상저항, 기동속도 등에서 AAAB를 앞섰다는 평이다. M3는 이라크전에 투입돼 실전 경험이 있는 데다 영국·독일·대만·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5개국이 전력화하는 등 운용 성능이 검증됐다. 8개의 바퀴로 우리나라 산악지형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은 AAAB보다 바퀴는 2개 적지만, 중량이 28톤(t)으로 상대적으로 가볍고 육상에서의 최고 속도도 더 빠르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최종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GDELS와 기술제휴를 통해 M3K를 국내에서 생산, 오는 2027년까지 110여대(총 55세트·1세트당 2대)를 납품할 계획"이라며 "한화디펜스의 30년 이상 축적된 수륙양용 전투장비 개발 및 생산 경험과 노하우를 접목해 한국형 자주도하장비 M3K를 성공적으로 생산하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다. 양사의 기술과 가격, 두 가지 조건이 똑같아지자 방사청은 전자추첨 방식의 ‘가위바위보’로 낙찰자를 선정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제47조)’과 ‘국방전자조달시스템 전자입찰 유의서(제18조)’에 따라 두 업체가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가위바위보’ 중 하나를 5회에 걸쳐 선택하게 했고, 최후의 승자로 현대로템이 결정됐다.
‘0원 입찰’과 ‘가위바위보’ 등 논란이 불거지자 방사청은 "신속시범 획득사업은 민간의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의 군 활용 가능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단기간 시범 운용할 제품을 소량 획득하는 사업"이라며 "필요 성능을 충족하는지만 평가하는 게 효율적이고 적합한 평가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양산 사업은 필요성이 인정되면 절차를 거쳐 진행되며, 신속획득 시범사업과는 별개로 경쟁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훨씬 규모가 큰 양산 사업은 다시 경쟁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업 역시 초기 사업 규모는 수백억원대로 비교적 작지만, 향후 나머지 차량과 지상 기동체계까지 추가 수주를 따내면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은 우선 육군과 해병대가 운용 중인 100여대의 차륜형장갑차에 RCWS를 탑재할 계획이다. 이후 나머지 차량과 K9 자주포 등 다른 지상 기동체계에도 순차적으로 RCWS를 적용한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전력화 및 개발 실적을 고려하면 한화디펜스가 한발 앞섰다고 본다. 한화디펜스는 자체 개발·생산한 RCWS를 해군 차기 고속정과 항만경비정에 탑재한 바 있다. 또 올해 전력화에 들어가는 해병대의 상륙돌격장갑차(KAAV)에 탑재될 복합화기 RCWS도 개발했다. 이를 토대로 차륜형장갑차에 탑재할 경량형 RCWS를 선행 개발해 자체 시범운용까지 끝냈다.
반면 현대위아는 RCWS를 탑재할 차륜형장갑차를 생산하는 업체가 같은 계열사인 현대로템이란 점에서 유리하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현대위아는 호주 포탑 제조업체인 EOS와 협력해 RCWS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또 육군 GP 고정형 원격무장 사업을 담당하기도 했는데, 지난해 5월 북한군의 감시초소(GP) 총격 당시 해당 RCWS가 작동하지 않아 정비 및 후속 지원의 문제점을 지적받기도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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