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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몸살’ 셀트리온·신라젠 등 금지 후 주가 어땠나 - 머니S - Money S

최근 정치권부터 주식투자자와 금융당국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이슈는 ‘공매도’다. 1년간 금지했던 공매도가 오는 3월 재개를 앞두면서 각계에서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국내 증시는 ‘코스피 3000 시대’를 맞이하며 대호황을 누리는 형세지만 공매도 재개 시 기업주가 폭락해 개인투자자 피해 등 부작용이 야기될 수 있다. 이에 공매도 재개가 코스피 상승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공매도는 한국 주식시장에 꼭 필요한 존재일까. 아니면 불청객에 지나지 않을까.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3월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임시 금융위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날 6개월간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 등 시장안정조치를 발표했다. /사진=뉴스1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3월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임시 금융위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날 6개월간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 등 시장안정조치를 발표했다. /사진=뉴스1
오는 3월 해제되는 공매도 금지 조치와 관련 개인투자자와 정치권 및 학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재개 시 ‘기관 세력 장난질에 개인투자자만 피눈물 흘릴 것’이라며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주식시장 안정화’라는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도 거세진 여론에 ‘2월에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며 한발 물러선 분위기다. 공매도는 정말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과거 사례를 통해 공매도와 증시의 상관관계를 짚어봤다. 공매도로 주가 급락한 신라젠# 2018년 5월 공매도로 몸살을 앓던 코스닥 상장사 ‘신라젠’은 공지를 통해 주주에게 ‘공매도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당시 신라젠과 관련된 악성 루머로 단기매매차익 실현을 노리는 공매도가 급증하자 주주에게 주식 대여를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2018년 5월9일 하루에만 신라젠의 공매도 거래량은 108만주가 넘어섰다. 전체 공매도 거래량의 20%에 달하는 수치다. 

당시 신라젠은 항암 치료제 임상을 진행 중이었고 시장에서는 임상결과에 대한 악성 루머가 퍼졌다. 결국 기업가치가 하락하면서 단기매매차익을 보려는 공매도 거래가 급격히 증가했다. 2018년 4월 중순 신라젠의 주가는 10만원대였지만 악성루머와 함께 공매도 거래량이 늘면서 그해 5월9일 6만원대까지 하락했다. 결국 신라젠은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되며 2018년 5월10일 공매도 거래가 금지됐다.

이후 신라젠은 꾸준히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고 문은상 전 대표의 횡령·배임 혐의 등 악재가 겹치며 지난해 5월 거래가 중지됐다. 거래중지 당시 주가는 1만원대에 불과했다. 여러 환경 요인을 감안해도 신라젠 주가는 2018년 5월 공매도 파동 이후 사실상 회복 불가 판정을 받은 셈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 2013년 4월 16일 공매도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뉴스1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 2013년 4월 16일 공매도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뉴스1

이밖에도 공매도로 인한 피해 기업 사례는 많다. 2013년 4월 당시 코스닥에 상장돼 있던 셀트리온은 공매도 거래량이 급증했고 주가가 5만원대에서 2만원대로 반토막이 났다. 하나투어와 호텔신라 등도 공매도 거래량이 늘며 주가가 약세를 보인 전례가 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주식을 산 개인투자자는 큰 손해를 봤다.

공매도 금지 후 기업 주가↑지난해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기업의 주가는 어떻게 변했을까. 공매도 금지 조치가 있기 직전 거래일인 2020년 3월13일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잔고(공매도가 이뤄졌거나 이뤄질 대기 물량) 상위 종목의 주가는 대부분 상승세를 보였다.
표=김영찬 기자
표=김영찬 기자

셀트리온은 3월 주가 17만원대에서 6월 30만원대, 12월 40만원대를 돌파했다. 롯데관광개발은 주가가 3월 9000원대에서 6월 1만4000원대로 두배가량 올랐고 올 1월에는 1만5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주가는 3월 3000원대에서 6월 8000원대로 상승했다. 

LG디스플레이 주가는 3월 1만1000원대에서 6월까지 하락세를 보이다가 이후부터 상승곡선을 그리며 올 1월 2만1000원대를 기록 중이다. HDC현대산업개발도 3월 1만4000원대에서 5월 2만3000원대를 돌파했고 현재 3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주가 흐름은 유사했다. 코스닥 전체 공매도 잔고 중 공매도 비중이 10%가 넘는 세 곳 중 헬릭스미스 주가는 3월 6만원대에서 4월 8만7000원대로 상승했다. 다만 7월부터는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에이치엘비 주가는 3월 8만2000원대에서 6월 12만9000원, 9월에는 12만원대까지 상승했다. 

케이엠더블유 주가 역시 3월 4만3000원대에서 4월 6만4000원대, 9월 8만6000원대까지 두배가량 치솟았다. 전반적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코스닥 거래량 상위 종목들의 주가도 상승 곡선을 탔음을 알 수 있다. 공매도와 주가, 상관관계 있을까물론 공매도 금지가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근거는 없다. 전문가들은 공매도와 주가 간 상관관계를 정확히 해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주가에는 실적과 경기 상황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줘 공매도와 주가 하락이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프=김영찬 기자
그래프=김영찬 기자

지난해 3월 공매도 거래량 상위 기업은 대부분 대형주거나 향후 기대감이 높은 제약·바이오주가 많았다. 공매도 금지가 아니어도 주가 상승 여건이 충분했을 수 있다.

 

과거 공매도 금지 때 주가는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국내에서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당시 두 차례 공매도 거래를 금지했다 재개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공매도는 2009년 6월1일 재개됐고 한달 간 코스피는 0.46% 하락했다. 하지만 3개월 상승률은 14.7%로 공매도 재개 후 코스피는 오히려 상승했다. 유럽 재정 위기 때도 2011년 11월9일 공매도가 재개됐고 코스피는 한달간 1.71% 하락했지만 이후 3개월 상승률은 10.8%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두번의 공매도 재개 이후 3개월 상승률이 다소 하락했지만 우려할 만큼의 대폭락은 없었다. 

당시에는 공매도 금지가 오히려 시장 유동성을 떨어뜨려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여겨졌다. 실제로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때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에서 3개월간 공매도가 금지됐을 당시 주식시장 유동성과 변동성이 모두 감소했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기점으로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갈 곳 잃은 투자금이 증시에 몰리며 공매도 금지에도 증시 유동성이 대폭발했다.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재개 시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3월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코스피가 상승곡선을 그리자 이러한 믿음은 더욱 굳건해진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증시는 10년 전과 몸집이나 분위기가 다르다”며 “개인투자자의 참여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상황에서 공매도 재개는 자칫 상승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매도와 주가 상관관계를 떠나 공매도 재개 자체가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킨다는 것"이라며 "이러면 개인 자금 유동성 측면에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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