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 지구대에 전화 건 간 큰 보이스피싱 일당…수거책 검거 - 경향신문

“아는 동생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을 하다 검거됐는데 그 지구대에 있느냐.”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될 카드 배달이 늦어지자 범행 발각을 의심해 경찰 지구대에 전화를 건 간 큰 보이스피싱 일당 일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카드 여러장을 받아 현금을 인출해 공범에게 전달하려고 한 중국 동포 A씨를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퀵서비스 업무를 하는 B씨는 지난 26일 금천서 문성지구대를 찾아와 “보이스피싱 운반책으로 이용당하고 있는 것 같다”며 신고했다.

경찰은 B씨가 받은 카카오톡 내용을 읽어본 뒤 그가 보이스피싱 연락책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 요청받은 카드를 지정된 장소에 배달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보이스피싱 일당 중 연락책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문성지구대에 전화를 걸어 “아는 동생이 보이스피싱 연락책을 하다 검거됐는데 지구대에 있느냐”고 물었다.

예상보다 카드 배달이 늦어지자 경찰에 범행이 들통난 것이 아닌지 의심해 B씨의 지인을 가장해 지구대에 검거 여부를 확인한 것이다. 이후 문성지구대는 금천서와 공조해 지정된 카드 배달 장소에서 잠복 근무를 실시했고, 물건이 든 상자를 챙겨 택시에 탑승하는 수거책 A씨를 추격해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원 불상의 연락책이 예상 시간과 달리 물건 배달이 늦어지자 지구대에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수거책만 구속된 상태로 공범과 카드 주인을 찾아 피해 규모와 구체적인 범죄 방법 등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