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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작년 구직급여 11.8조…73%는 '적게 내고 더 받는' 실업자에게 갔다 2021-05-27 - 이데일리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고용보험료를 덜 내면서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더 받는 ‘최저구직급여액’ 지출 규모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이 구직급여 지출을 대폭 늘리고 있어 고용보험기금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
구직자들이 지난 2월 3일 서울 영등포구 남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 수급 신청을 위해 창구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보험료 적게 실업급여 많이’ 8.6조 역대 최대

26일 이데일리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받은 고용노동부의 ‘연도별 최저 구직급여 적용자 및 지급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구직급여 하한액 적용자에게 지급된 ‘최저구직급여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8조 6652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구직급여 지출액(11조 8556억원)의 73% 수준이다. 2017년 3조 6399억원 수준이던 최저구직급여액 지출 규모는 △2018년 4조 9093억원 △2019년 6조 4543억원으로 해마다 늘었다.

최저구직급여액 수혜자도 △2017년 89만 1000명 △2018년 103만 4000명 △2019년 118만명까지 급격하게 늘다가 작년에는 129만 5000명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최저구직급여액 지출 규모는 3조 1302억원으로 전체 지출액(4조 3135억원)의 70%를 차지했다. 2016년 한 해 전체 최저구직급여액 지출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는 공공일자리 사업이 작년 연말에 종료하면서 올해 초 구직급여 수혜자가 급격하게 늘었기 때문이다.

구직급여는 직장인이 비자발적으로 실업자가 됐을 때 최대 270일까지 받을 수 있다. 평균 임금의 60%로 산출된다. 만약 평균 임금의 60% 하한선에 미치지 못하면 ‘최저구직급여액’이 지급된다. 고용보험료를 기준보다 적게 내도 구직급여는 더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최저구직급여액이 최저임금과 연동돼 있어 지출 규모와 수혜자가 현 정부 들어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고용보험법에 따르면 구직급여는 상한액과 하한액을 설정한다. 구직급여의 하한액은 2019년까지 최저임금의 90%로 환산하도록 했다. 이에 2017년 4만 6584원 수준이던 하한액은 2018년 5만 4216원, 2019년 6만 120원까지 올랐다. 연간 인상률은 2018년 16.4%, 2019년 10.9%로 당시 최저임금 인상률과 일치한다.

월 급여 단위로 살펴보면 월 300만 6000원 이하 임금 소득자는 임금의 60%가 하한선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보험료는 임금이 적을수록 적게 내면서 월 180만 3600원(6만 120원x30일) 씩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반면 구직급여의 상한액은 고용보험법 시행령으로 규정돼 있다. 현재 6만 6000원이다. 즉 고용보험료를 아무리 많이 내도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구직급여는 198만원에 그친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2019년에 하한액 기준을 최저임금의 80%로 낮췄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80%가 6만 120원보다 높아질 때까지는 2019년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후 코로나19 등으로 최근 2년간 역대 최저 수준으로 최저임금 인상률이 결정되면서 구직급여 하한액은 여전히 6만 120원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작년에는 하루 8시간 주5일 근로자의 최저임금(월 179만 5310원)보다 구직급여 하한액(180만 3600원)이 더 많은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이 기금 적자 야기…연동 끊어야”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고용보험기금 적자가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려 충당한 돈까지 포함하면 7조 9386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도 공자기금에서 3조 2000억 가량을 빌릴 계획이다.

고용부는 내달 말까지 재정건전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금 재정건전화 방안을 위해 전문가와 노사가 여러 가지를 논의하고 있지만 하한액 관련 논의는 아직 없다”며 “고용보험기금 지출 효율와 부분과 제도개선을 논의해 내달 말까지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영계는 구직급여와 최저임금의 연동을 끊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고용보험 사업비의 3분의 2는 구직급여가 차지하는데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2018년부터 고용보험기금의 단기 수지가 적자가 나기 시작했다”며 “노사가 참여하는 고용보험위원회가 있지만 하한액이 최저임금과 연동되면서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경총 관계자는 “지금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제도”라며 “최저임금과 구직급여와의 연동을 끊은 뒤 정액 방식을 도입하는 등 고용보험위원회에서 하한액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하한액 기준을 더 낮출 것을 주문했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한액 지급액이 높으면 고용보험에 가입하기보다는 단기일자리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짙어질 것”이라며 “제도를 무한정 관대하게 적용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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