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나 시각장애인에게 사용이 어려운 QR코드의 대체 방안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080'이나 '070' 등으로 시작하는 안심콜은 식당이나 카페 등의 출입문과 테이블에 부착된 안내문에 따라 손님이 전화를 걸면 출입 사실이 지방자치단체별 관리 서버에 자동으로 저장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전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큰 효과를 발휘한 안심콜을 창안한 주인공은 고병규 고양시 일산동구 보건소장이다.
수기명부에 남겨진 전화번호의 50~60%가 불분명하거나 허위로 작성돼 감염자 추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고 소장은 전했다.
고 소장은 정확한 감염자 파악과 조사 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골똘히 생각하다가 핸드폰의 부재중 통화 표시가 불현듯 머릿속에 떠올라 검증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실험 장소를 놓고 한동안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업소 손님들이 전화번호를 거리낌 없이 남길 만한 곳을 선뜻 고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실험 대상지로 정한 곳은 일산동구 식사동과 마두동 소재 K 목욕탕과 H 목욕탕이었다. 유흥업소나 주점 등과 달리 고객들이 출입 정보 노출에 비교적 관대한 곳이라는 데 착안한 결정이었다.
열흘간 이뤄진 실험은 대성공이었다. 목욕탕 업주의 핸드폰 번호를 눌렀다가 신호음이 2~3번 울린 다음 끊어달라는 요청에 대다수 손님이 호응했다.
고 소장은 이 사실을 이재준 고양시장이 주재하는 재난대책본부 회의에 보고하면서 추석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는 전통시장에 '부재중 전화' 방식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그때 박수를 받을 것으로 생각했던 고 소장은 기대와 달리 깊은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 대다수 회의 참석자가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며 고 소장의 제안에 난색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혁신 방역 아이디어는 하마터면 사장될 뻔했으나 그로부터 일주일 뒤 반전이 일어났다. 이재준 고양시장이 고 소장의 제안을 전격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난제는 또 있었다. 전화 회선을 한꺼번에 늘리면 시청 전화 서버가 다운될 우려가 제기됐다.
다행히 이 문제는 KT가 수신자부담 전화를 제공함으로써 해결됐다. 고양시는 KT와 업무협약을 맺어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총 4만 회선 인프라와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의 이름은 고양시 재난대책본부 회의에서 안심콜로 정해졌다.
안심콜은 수기명부나 QR 체크인의 후발주자인데도 방역 조력자로서 효과는 훨씬 우수한 것으로 입증됐다.
수기 전화번호 작성자를 찾는데 2~3일 걸린 것과 달리 안심콜은 코로나19 확진자 방문 업소의 손님을 3시간 안에 특정해 검사받도록 안내할 수 있었다.
QR코드 또한 질병관리청에 공문 요청을 해야 자료를 받아보는 방식이어서 조사 시간이 안심콜보다 하루 정도 더 걸린다.
안심콜은 업주가 4주간 보관하는 수기명부와 달리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거의 없다. 역학조사관만 안심콜 열람 권한을 갖는 데다 서버 기록이 4주 후 자동으로 삭제되기 때문이다.
안심콜은 머잖아 전국으로 확산했다. 지난해 9월 1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방역 우수사례로 소개된 덕분이었다. 올해 7월부터는 백화점과 대형 마트 등 대규모 점포에서 안심콜 운영이 의무화됐다.
고양시는 2021년 경기도 적극 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안심콜이 편리하고 안전한데다 역학조사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지원함으로써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은 결과였다.
고병규 보건소장은 "워드 코로나 전환 이후에도 방역에 안심콜을 활용할 것"이라면서 "다만, 업소 방문객이 통화 시늉만 한 채 실제로는 안심콜 번호를 누르지 않는 사례가 적잖은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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