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주 ‘칼치기’ 피해자 가족“전화도 경찰 통해 연결된 것피해자 상태 묻지도 않은 채
- 기사입력 : 2020-12-21 21: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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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요. 전혀, 전혀, 전혀, 전혀. 단 한 번도요….”
‘청와대 국민청원 20만명을 넘은 뒤에도 가해자 측에선 아무런 연락도 없었느냐’는 물음에 수화기 너머로 ‘전혀’라는 말을 연신 쏟아낸 진주 버스 ‘칼치기’ 피해자 가족의 절절한 목소리는 절규에 가까웠다.
“전화로 ‘미안하다. 형사합의해달라’는 말이 전부였습니다. 그것도 담당 경찰 조사관이 저희 가족과 통화하다가 가해자와 연결해줘서야 겨우….”
21일 오후 20여분간의 전화 인터뷰 내내 피해자 언니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렸다.
이날은 시내버스 앞으로 끼어들어 급차선 변경하는 ‘칼치기’로 사고가 나 버스 승객이었던 고3 동생을 사지마비에 이르게 한 가해자를 엄벌해달라고 요구한 국민청원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한 지 이틀이 지난 후였다. 청와대는 한 달 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는 청원에 대해 담당 비서관이나 부처 장·차관 등을 통해 공식 답변을 한다.
진주 시내버스와 끼어든 차량 충돌 당시 영상 [유튜브 한문철TV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피해자 언니를 비롯한 가족들은 큰 사고의 충격 속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죄’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가해자가 전화로 “나도 딸을 키우는 사람이다”고 언급하면서 가족들은 더욱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피해자의 언니는 “지난해 12월 16일 사고 이후 병원에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은 것은 물론 동생의 상태가 어떤지 묻지도 않은 채, 어떻게 합의를 해 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냐”며 “1심 재판이 처음 열린 지난 4월에서야 가해자 얼굴을 처음 봤고 재판 8번 동안 우리 가족이 방청석에 있는 것을 알면서도 쳐다만 볼 뿐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어떻게 그런 잘못을 저지르고 고개 한번 숙이지 않느냐’고 저희 아버지가 울분을 토하기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사고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피해자는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이지 못해 어머니가 24시간 간병하고 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는데다 긴 병원 생활로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까지 겹쳐 약도 복용 중이다. 언제 투병 생활을 끝낼 수 있을지 기약도 없는데다 피해자는 오히려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마음 속에 있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가족들은 피해자의 상태만큼이나 자신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자신의 형량을 낮추기에 급급한 가해자의 태도라고도 말했다.
법원은 처벌 전력과 보험 가입 여부 등을 참작해 가해자에게 금고 1년형을 선고했다. 가해자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고,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모두 항소한 상태다.
그는 “부푼 꿈을 안은 채 대학 입학을 손꼽아 기다리던 동생의 삶은 물론이고 가정의 평범한 일상까지도 한순간에 무너져버렸지만 정작 사고를 낸 가해자는 전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 자신의 형량을 낮추는 데만 급급하고 있다”며 “재판에서도 잘못에 대한 사과나 반성보다 버스 기사의 과실에 더 집중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2심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해 가해자 엄벌을 요청할 예정이다.
피해자의 언니가 올린 국민청원이 한 달 만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하는 등 이번 사고는 지역사회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큰 공분을 사고 있다.
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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