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생 배순민 KT AI2XL 소장 인터뷰
“두 아이 키우며 메타버스 사업 고민 중
중장기 투자와 열린 마인드는 필수
미국이 AI 실력 좋아 세계 1등 아니다.
전 세계 AI 인력 흡수해서 잘하는 것”
배 소장은 KAIST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전기전자컴퓨터공학 석·박사를 받은 실력파다. 삼성테크윈 로봇사업부 AI 개발팀장과 네이버 클로바 AI 리더 등을 거쳤다. 그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비전 AI는 사람의 눈을 대신해 AI가 시각적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로 ‘메타버스’의 핵심 기술”이라며 “집안(홈)을 어떻게 통째로 가상세계와 연결할 지 고민 중”이라고 소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메타버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 “개인적으로 1980년 태어난 밀레니얼(M)세대이자 제트(Z)세대의 엄마이기도 하다. 지금 13살, 10살인 아이들이 2년 전부터 ‘마인 크래프트’ ‘어몽 어스’ 등 가상세계에서 놀고 있었다. 당연히 저도 가상세계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웃음). 아이들은 음성인식으로 카카오톡을 한다거나 TV를 ‘터치’하려고 한다. 미래세대가 생각하는 정보기술(IT)은 개념이 완전히 달라서 아이들에게 많은 영감을 얻는다.”
- 소비자 입장에서 KT의 메타버스는 잘 와 닿지 않는데.
- “KT는 현대중공업과 손잡고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리모트(원격) 협업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 역시 메타버스의 하나다. 회사에 와서 보니 기가아이즈(지능형 CCTV)와 지능형 교통시스템(C-ITS), 디지털 휴먼(가상 인간), 디지털 스페이스(가상공간) 등 수준 높은 메타버스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재료들은 있기 때문에 어떤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할까를 고민 중이다. 우선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기 등에 의존하지 않고 모바일로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를 출시하고 싶다.”
- 기업간 거래(B2B)용 메타버스 서비스를 구상하는 건가.
- “고객간 거래를 거쳐 결국 기업간 거래로 가는 구조이므로 B2C2B라고 봐야 한다. 제페토(네이버의 메타버스 서비스)·페이스북 모두 B2C2B 모델이다. 사용자가 많아지면 자연히 비즈니스 가치가 창출된다. 메타버스는 물리적인 현실세계와 디지털 가상세계를 연결하는 것이어서 디바이스(기기)가 필수 요소는 아니다. 오히려 ‘디지털 네이티브’가 아닌 세대의 사람도 메타버스 속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 연구소를 맡은지 6개월이 됐다. 구상 중인 서비스 모델은.
- “KT는 ‘홈(가정)’이 중요한 무대다. 홈을 어떻게 ‘메타버스화(化)’ 할까를 고민하고 있다. B2B 매출이 많은 회사다 보니 산업현장에서의 메타버스도 고려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노년층을 위한 메타버스에 관심이 많다. 65세부터 노년층에 접어들어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35년을 노년층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이 기간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려면 어르신들도 메타버스 속으로 들어와야 한다.”
- ‘메타버스 홈’은 어떤 모습인가.
- “일단 집마다 인터넷TV(IP TV)와 AI 스피커가 설치돼 있다. KT의 국내 AI 스피커 시장 점유율은 40%(IP TV 포함)에 이른다. 여기에 KT의 ‘공간 모델링’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 실제 우리 집은 가구를 배치하기 전에 3차원(3D) 디자인 툴을 활용해 가상으로 가구를 옮기는데 만약 모든 집이 이렇게 디지털화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사람과 사물, 공간이 모두 디지털화했을 때 사람들은 여기에서 무엇을 할지 궁금하다(웃음).”
- KT를 선택한 이유는.
- “삼성테크윈은 제조업 기반이다 보니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네이버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기업이어서 기술의 영향력이나 파급력을 측정하는 게 아쉬웠다. KT의 경우 자율주행을 디바이스(차량)가 아닌 교통 인프라 기반 위에서 하고 있고, AI 스피커도 아파트 단지 단위로 공급하고 있다. 이런 인프라와 시스템적인 사고가 있어야 궁극적으로 ‘스마트 시티’가 가능하다고 봤다.”
- AI·메타버스 영역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면.
- “모든 기업이 안 하던 것을 할 때는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유튜브와 로블록스, 심지어 웹툰조차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10년 이상을 존재감 없이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다. 외국인 고용에 대해서도 열린 시각이 필요하다. 미국이 AI를 잘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의 AI 인력을 흡수해서 잘하는 것이다. 잠시 여행하려고 온 사람에게 결혼할 것처럼 까다롭게 굴어선 곤란하다.”
배 소장이 MIT 유학 때 제출한 자기소개서는 당시 입학사정관들이 돌려볼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비결에 대해 그는 “기존의 성과보다는 내가 MIT에서 공부해야 하는 ‘당위’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AI를 연구하는 ‘당위’를 물었다. 배 소장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답했다.
“어린 시절 시력을 잃는 것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있었다. 조금 더 자라서는 나와 가족이 늙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시력을 잃더라도, 나이가 들더라도 이전과 똑같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순 없을까, 어떻게 하면 기술적으로 그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게 할 수 있을까가 고민이었다. 재밌고, 잘할 수 있으면서, 의미 있는 일을 하자는 주의인데, 그런 면에서 AI는 제게 잘 맞는 분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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