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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활용한 진료의 허용 가능성에 관한 고찰 - 법률신문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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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대법원은 종래 전화를 활용한 진료행위를 '의료법'상 원격의료에 관한 조문을 중심으로 판단하지 않고 의료인에게 대면진료의 의무가 존재하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함으로써, 원격의료와 대면진료와의 관계를 설정함에 있어서 불분명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런데 최근 일련의 판결을 통하여 전화를 활용한 진료는 의료인과 원격지에 있는 환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의료법 제34조 제1항에서 허용하는 의료인 대 의료인 간의 원격의료의 범주에 해당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이를 허용할 '특별한 사정'이 없기 때문에 대면진료에 관한 의료법 제33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한편 소위 코로나 시대로 불리는 현시점에서는 2020년 2월 24일부터 정부의 주도 하에 전화를 활용한 진료와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정책을 시행하여 왔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법률 제17920호, 2021. 3. 9. 일부개정된 것, 이하 '감염병예방법') 제49조의3에서 심각한 감염병위기 하에서는 비대면진료가 허용될 수 있다는 명문의 규정을 신설하여 2021년 6월 16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에 전화를 활용한 진료 및 처방이 원격의료의 범주 내에 속하는 것인지, 그리고 현행법 체제에서 허용되는 것인지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


2. 원격의료의 의의와 장·단점

원격의료(Telemedicine)에 대하여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에서는 최근 원격의료에 대하여 '원거리를 주된 요소로 하여 정보 및 통신기술의 활용을 통하여, 모든 보건의료종사자가 환자의 질병과 부상에 대한 진단과 치료, 그 예방, 연구 및 평가, 지속적 정보 교환을 하는 것, 보건의료종사자에 대한 지속적 교육을 하는 것, 기타 개인과 지역 사회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건강관리 서비스 등'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므로 원격의료의 핵심 지표는 도시와 격오지라는 '원거리'가 전제되고, 그 공간적 거리를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해소한다는 것에 있다. 원격의료는 사회의 발전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점차 외연이 확대되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기에 일률적으로 정의하기 어려우며, '비대면진료'라는 용어와 혼용되기도 한다. 원격의료에는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에 임상에서 이루어지는 원격 화상회의나 원격자문의 형태가 있고,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원격 모니터링이나 원격진료와 처방의 형태가 있다.

원격의료의 장점은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격오지, 군대나 교소도 내의 환자에 대하여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건강권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위기에서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접촉을 줄여 감염을 차단할 수 있고, 의료인과 환자 간 비대면으로 진단 및 온라인 처방을 가능하게 하는 유형의 경우 환자에게는 편의성을, 의료기관에는 의료시스템의 효율성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반면 원격의료에는 의료인이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진단하는 경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진단방법을 활용하지 못하므로 의료과실의 가능성이 존재하고, 대형병원 집중 현상이 발생하거나 정보통신기술의 불완전성으로 의료행위가 원활히 전달되지 못할 수도 있는 등 단점이 지적된다.


3. 원격의료와 관련된 현행법상 규정

2002년에 신설된 위 원격의료에 관한 규정은 현행 의료법 제34조에서도 그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동조 제1항에서는 의료업에 종사하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 즉 원격지 의사는 의료인이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한다는 제33조제1항에도 불구하고,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를 할 수 있다. 이 때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 외에 조산사, 간호사가 포함되며, 이들을 현지 의료인이라고 칭하고 있다. 동조 제2항에서는 원격의료를 행하는 원격지 의사와 이를 받으려는 현지의료인 양자 모두 원격진료실과 데이터 및 화상(畵像)을 전송·수신할 수 있는 단말기, 서버, 정보통신망 등의 장비를 갖추도록 의무를 부담지우고 있다(의료법 시행규칙 제29조). 따라서 의료법은 다양한 원격의료의 유형 중에서 원격지 의사와 현지 의료인 사이에 이루어지는 임상의 원격자문 형태만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감염병예방법' 제49조의3 제1항에서는 '의료업에 종사하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는 감염병과 관련하여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8조 제2항에 따른 심각 단계 이상의 위기경보가 발령된 때에는 환자, 의료인 및 의료기관 등을 감염의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의료법 제33조제1항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범위에서 유선·무선·화상통신, 컴퓨터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의료기관 외부에 있는 환자에게 건강 또는 질병의 지속적 관찰, 진단, 상담 및 처방을 할 수 있다고 하여 현행 의료법이 허용하는 원격자문 외에 앞서 살펴본 원격의료의 모든 유형의 허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4. 전화를 활용한 진료 및 처방에 대한 판례의 태도

종래의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0도1388 판결과 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도10797판결에서 대법원은 의료법의 진단서 및 처방전 작성과 관련된 규정상 '직접 진찰한'의 의미가 대면진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전화진료 및 처방의 방식이 '직접 진찰'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아 의료법에 위반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이러한 종래의 대법원의 태도는 마치 전화진료 및 처방이 의료법상 허용되는 방식인 것으로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켰다(다만, 원격의료에 관한 의료법 제34조 및 의료기관 내 대면진료에 관한 의료법 제33조와의 관계에서 전화진료가 허용될 것인지 여부를 다시 판단하여야 함을 언급하였다). 이에 더하여 비슷한 시기에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 2012. 3. 29. 2010헌바83, 공보 제186호, 584 전원재판부 결정을 통하여 "'직접 진찰한'은 의료인이 '대면하여 진료를 한'으로 해석되는 외에는 달리 해석의 여지가 없고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의료인의 '대면진료 의무'를 규율한 것"이라고 하여 대법원 판시와 상반되게 행함으로써 논란이 가중되어 왔다.

그런데 대법원 2020. 11. 5. 선고 2015도13830 판결과 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6도309 판결은 종래의 논란에 대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였다. 첫째, "의료법이 위와 같이 의료인에 대하여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영위하도록 정한 것은, 그렇지 아니할 경우 의료의 질 저하와 적정 진료를 받을 환자의 권리 침해 등으로 인하여 의료질서가 문란하게 되고 국민의 보건위생에 심각한 위험이 초래되므로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보건의료정책상의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의료인이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의료법 제34조 제1항은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 예외를 인정하였다. 둘째, "현재의 의료기술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의료인이 전화 등을 통해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행할 경우, 환자에 근접하여 환자의 상태를 관찰해가며 행하는 일반적인 의료행위와 반드시 동일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환자에 대한 정보 부족 및 의료기관에 설치된 시설 내지 장비의 활용 제약 등으로 말미암아 적정하지 아니한 의료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고, 그 결과 국민의 보건위생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앞서 본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 목적에 반하는 결과로서 원격진료의 전면적인 허용을 뒷받침할 정도로 제반 사회경제적 여건 및 제도가 완비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과 더불어 현행 의료법이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는 주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의료인이 의료인 대 의료인의 행위를 벗어나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행하는 의료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전화진료 및 처방은 현행 의료법이 원격의료로 허용하는 유형은 아니라는 것을 공고히 하였다.


5. 나가며

원격의료에 대하여 우리나라 의료법은 의료인 사이의 원격자문의 형태만 규율하고, '감염병예방법'은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원격 모니터링과 원격진료의 형태까지 가능하도록 규율하고 있다. 그러므로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전화를 활용한 진료의 경우 의료법상으로는 판례의 태도에서와 같이 허용되지 아니하나,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하여 심각 단계 이상의 감염병위기 시에는 한시적으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백경희 교수 (인하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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