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美처럼 국내 제조시설 인센티브 달라” - 중앙일보 - 중앙일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앞줄 셋째)이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반도체산업협회 회장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가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국내 제조시설 확대 시 인센티브 지원을 늘리고, 인재 양성에 힘써달라는 내용이다. 미국 정부가 대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밝히자 국내 대응을 촉구하는 모양새다.

반도체협회 회장단은 9일 이런 내용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산업계 건의문’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했다. 이날 오전 성윤모 산업부 장관 주재로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다. 간담회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과 주요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 등 업계의 주요 동향을 공유하고 우리 반도체 산업의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했다. 간담회에는 성 장관과 이정배 반도체협회 회장(삼성전자),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 허염 실리콘마이터스 회장, 이창한 반도체협회 부회장이 참석했다.

회장단은 건의문에서 국내 반도체 제조시설 구축 시 인센티브 지원을 늘리고, 반도체 초격차를 이끌어 갈 인재 양성ㆍ공급에 힘써달라고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연구개발(R&D) 및 제조시설 투자 비용의 50%까지 세액공제 확대 ▶반도체 제조시설 신ㆍ증설시 각종 인허가 및 전력ㆍ용수ㆍ폐수처리시설 등 인프라 지원 ▶원천기술 개발형 인력양성 사업의 조속한 추진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신설 및 정원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정배 삼성전자 사장은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자율차, 바이오 등 미래 산업 발전에 필수 요소이자 국가 경제를 이끌어 가는 핵심 산업”이라며 “미국ㆍ일본ㆍ유럽ㆍ중국 등이 자국산업 육성 정책과 프로젝트를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시점에서 국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전방위ㆍ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윤모 장관은 “최근 반도체 산업은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간 경쟁에 직면했다”며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 설비투자 확대뿐만 아니라, 파운드리(위탁제조) 생산능력 확충 등 공급망 확대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정부도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반도체 제조의 글로벌 공장으로 조성하고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며 “건의 사항을 반영해 우리 반도체 산업 생태계 강화에 도움되는 공급망 대책(K-반도체 벨트 전략)을 수립해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는 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의 공격적인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마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한 2조3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안 중 500억 달러를 미국 반도체 산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국내 반도체 생산에 인센티브를 주고 반도체 R&D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 설립도 추진한다. WSJ는 이번 부양책이 미국이 한국ㆍ일본ㆍ대만ㆍ중국 등에 내준 반도체 제조 기반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미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 인텔도 200억 달러(약 22조원)를 들여 미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제조공장 두 곳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수년 전 접은 파운드리 사업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나선 것도 미국 행정부의 공격적인 반도체 산업 육성 기조 속에 이뤄졌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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