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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시세 12억원짜리 서울 서대문구 아파트를 매도한 A씨는 중개수수료 때문에 한바탕 '전쟁'을 치렀습니다. 공인중개사가 매도가 확정된 후 최대 중개수수료율 0.9%(1080만원)를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A씨는 "집 한 번 보여주고 복비를 1000만원이나 내는게 말이 되느냐"며 항의했지만, 중개사는 "원래 우리 가게는 0.9%를 받는다"면서 절대로 깎아줄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결국 A씨는 수차례 중개사와 말다툼을 벌인 끝에 수수료 합의를 봤습니다. A씨는 "조금 깎기로 했는데 잔금 치를 때까지 중개료에 신경 쓰느라 이사 준비도 제대로 못했다"면서 "중개비 무서워서 어디 이사나 갈 수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전국에서 '중개료 갈등'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집값이 오르면서 중개비용도 크게 늘어 중개료비를 둘러싼 갈등이 많아진 것입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중개료만 1000만원 가까이 나가는 셈입니다. 이에 따라 이용자들은 "중개료율을 내려 달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러나 중개사들은 "가뜩이나 거래가 줄어 생계가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부동산을 거래할 때 중개사에게 지급하는 중개료는 가격에 따른 정률제입니다. 서울시 주택 중개수수료율은 매매 시 2억원 이내는 상한액이 존재합니다. 5000만원 미만은 상한요율 0.6%, 한도액 25만원이고 5000만~2억원은 상한요율 0.5%, 80만원입니다. 2억원 이상부터는 상한요율만 존재하고 상한액은 없습니다. 상한요율 내에서 중개사와 손님이 협의하는 방식입니다. 2억~6억원은 상한요율이 0.4%, 6억~9억원은 0.5%입니다. 그리고 9억원 이상일 경우는 '0.9% 이내'에서 협의하게 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택가격이 5억9000만원일 경우 236만원을, 8억9000만원일 경우 445만원을 수수료로 내야 합니다. 그러나 9억원 이상일 경우에는 0.9% 요율 내에서 협의하에 결정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0.9%를 내도 되고, 이보다 덜 낼 수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0억원이 넘습니다. 이 말은 전체 아파트의 절반 이상은 매매 거래 때 1000만원대 수수료를 내야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불과 4년 전 5억원 하던 아파트를 팔면 중개수수료가 200만원이었지만, 집값이 10억원으로 뛴 현재 수수료는 900만원이 되는 겁니다.
이렇게 중개비용이 커지다 보니 중개사와 거래 당사자 간 갈등이 끊이지 않습니다. 특히 중개수수료는 법정 요율을 상한으로 거래 당사자와 중개사 간 협의에 따라 정해져 있다 보니 이 '협의' 과정에서 소송까지도 난무합니다.
B씨는 "공인중개사가 법적으로 0.9%로 정해져 있어 무조건 0.9%를 줘야 된다고 우겨서 한참 싸우다 결국 달라는 대로 다 줬는데, 나중에 다른 중개업소가 같은 아파트를 0.7%에 거래하는 것을 보고 억울해 잠을 못 잤다"며 "정액으로 정해놓으면 중개사와 싸울 일도 없을 텐데 괜히 '협의'하게 해놔서 소비자 피해가 크다"고 했다.
중개료율을 구두로 협의할 경우도 분쟁이 생긴다. C씨는 "작년에 아파트 매매 중개 의뢰 당시 중개사와 분명 0.4%로 구두 합의했다. 그런데 잔금을 치른 후 중개사가 0.6%를 달라고 했다. 알고 보니 합의된 적도 없는데 계약서에 0.6%를 적어놨던 것"이라며 "앞으로 중개사와 통화할 때 꼭 녹취를 해놔야겠다"고 했다.
중개수수료 비용이 크다 보니 실수요자들은 한 푼이라도 수수료를 절감하기 위해 아파트 커뮤니티에 중개업소 수수료율을 공유하거나, 직거래 앱을 통해 거래하려고 합니다. '반값 중개료'를 내세운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앱) '다윈중개' 관계자는 "회원 수, MAU, 중개사 회원 수, 매물 모두 매월 30% 이상씩 빠르게 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윈중개는 집을 팔 사람이 매물을 직접 올리고 공인중개사를 선택하면 중개사가 물건을 거래해주는 방식입니다. 거래가 성사되면 매도자는 수수료를 내지 않고, 매수자는 법정 상한 수수료의 반값(50%) 수수료를 적용받습니다.
정부도 중개수수료 문제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부터 중개수수료 개편 작업 중입니다. 현재 5단계 거래금액 구간표준을 7단계로 세분화하고 구간별 누진 방식을 고정요율로 하는 방안, 구간별 누진 방식을 고정요율로 하되 고가 주택 거래 구간에 대해선 공인중개사와 거래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중개보수 비용을 결정하는 방안, 거래금액과 상관없이 단일 요율제 또는 단일 정액제를 적용하는 방안 등을 두고 개편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번에 중개수수료 체계가 바뀌면 2014년 이후 7년 만의 개편이 됩니다.
그러나 중개 업계는 "영세 중개업자들이 생계를 위협받는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최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자사 앱을 이용하는 공인중개사 3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253명(70.9%)이 현재 중개수수료 수준이 적정하다고 답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집값이 올라가면서 그만큼 매물 검증과 중개사고 위험 요인에 대한 책임도 커졌다"는 겁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매물도 줄고 거래가 급감해 중개업소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두 건의 거래 수수료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수수료 인하는 많은 중개업소 폐업을 부를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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