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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 유형 다양한데 '똑같은 규제'…디테일 놓친 법 적용 - 한겨레

임대사업자 제도의 진실④―마지막회

보증 보험 미가입 징역2년?
‘8월18일까지 안하면’ 처벌 조항
“잠재적 범죄자 취급” 반발 불러

투기적 사업자 잡으려 일률 규제
비영리 사회주택도 처벌받을 판
“정책자금인데도 대출 많다고
보증보험 가입 거절 당해” 한숨

전문가 “장·단기, 법인, 개인 등
유형에 맞게 차등 조정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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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라로부터 징역 2년 받을 수 있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이게 진정 징역 2년 감인가요?” 최근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임대사업자는 잠재적 범죄자’라는 제목의 글이다. 국토교통부 민간임대정책과에서 보낸 문자에는 올해 8월18일까지 임대보증금 보증 보험 가입을 해야한다는 것과 ‘보증 보험 미가입 시 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는 벌칙 조항이 안내되어 있다. 지난해 8월18일 시행된 민간임대주택특별법(민특법)은 보증 보험 가입을 모든 매입임대주택에 의무화하면서 기존 주택에 대한 보험 가입을 1년 유예했다. 유예 기간이 올해 8월18일로 만료되면 그 이후 세입자와 계약을 갱신하거나 세입자가 바뀔 경우 반드시 보증 보험 가입을 해야하고, 미가입 시 처벌 대상이 된다. 임대사업자의 보증 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지난해 7·10 대책 직후 ‘부동산 정책 규탄 시위’가 7월 내내 서울 청계천을 달궜고 여기서도 “임대사업자와 다주택자를 범죄자로 만들었다”는 구호가 나왔다. 보증 보험 가입이라는 새로운 세입자 보호 의무에 임대사업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여기에는 다양한 유형의 임대사업자를 일률적으로 규제하느라 ‘디테일’을 놓친 민특법의 문제가 있다. 민특법은 1994년 건설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기업형 임대사업자를 규율하기 위해 도입된 임대주택법을 계승해 2015년 제정된 법이다. 지난해 7·10 대책으로 모든 임대사업자에게 의무화된 보증 보험 가입은 과거 임대주택법에도 있었다. 7·10 대책에 의해 지난해 8월18일 개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민특법의 임대보증금 보증 보험 가입 의무는 건설임대주택이나 동일 주택단지에서 100호 이상을 임대하는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제한적으로 적용됐다. 징역 2년 이하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은 이처럼 정부 지원을 받는 큰 규모의 기업형 임대사업자에 대한 벌칙 조항이었던 것이다. 실제 민특법의 형사처벌 대상을 정한 벌칙 조항(65조)의 16개 위반 사항은 전부 민간건설임대사업자이거나 주택임대관리업자, 공공지원민간임대 시행자 등 규모가 있는 기업형 임대사업자 대상이다. 개인형 임대사업자는 대체로 임대료 증액 제한이나 계약갱신청구권, 설명 의무 위반 등으로 과태료 처분(67조)을 받을 뿐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7·10 대책 당시 보증 보험 가입이 모든 매입임대 주택으로 확대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보증 보험 가입이 거절되어 ‘형사처벌’ 가능성을 체감하는 임대사업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허그)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주택유형에 따라 공시가격의 120%~170%)을 넘거나 대출금 비율이 매매가격의 60%를 넘을 경우 ‘깡통주택’의 위험이 있다고 간주하고 보험 가입을 거절하고 있다. 수원 광교의 한 공인중개사는 “보통 풀로 전세를 주거나 대출을 일으켜서 임대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지 현금 주고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수원 쪽 원룸형 오피스텔은 매매수요보다 전세수요가 많다 보니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넘는 경우가 많아서 보증 보험에 못 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임대사업자에게 적용되는 보증 보험 가입 조건은 허그가 운영하는 일반적인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보험’ 가입 조건과 동일하다. 사실상 그동안 임대사업자 제도가 보증 보험에 가입조차 할 수 없는 임대인의 임대주택 등록을 허용해온 것이다. 등록 단계에서 사전에 걸러지지 못한 임대사업자들은 ‘뒷북 규제’ 때문에 형사처벌 대상이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임대사업자 쪽에서는 깡통전세 및 전세사기는 극단적인 사례로 일반화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전세사기 사건과 같은 일부 사례를 들어 보증금 반환에 문제가 없던 일반적인 임대사업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등록 당시부터 여러 조건이 다른 기업형 임대사업자와 개인들을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2020년 5월 기준)를 보면, 주택임대사업자 52만3154명 가운데 주택을 10호 이상 소유한 임대사업자는 3만4837명으로 6.7%에 그친다. 77.1%에 달하는 40만3566명의 소유 주택 수는 2호 이하였다. 2017년 12월13일 나온 ‘등록임대 활성화 정책’은 “2주택 보유자의 경우 임대주택 등록 시 소득세 및 건강보험료 부담이 크게 완화된다”고 홍보한 바 있다. 최근 임대사업자 보증 보험 가입 의무화에 반발하는 이들은 당시 2주택 또는 3주택을 보유했다가 자기 거주 주택을 뺀 1~2호를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개인일 가능성이 높다. ‘디테일’이 빠진 민특법 때문에 ‘공동체주택’, ‘사회주택’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비영리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해 온 공급주체들까지 임대사업자 제도 재정비 과정에서 위기에 빠졌다. 청년 1인 가구 등 주거약자를 위한 대안으로 등장한 사회주택은 공공이 정책자금 대출과 토지 임대 등을 지원하고 비영리 민간 공급주체가 건설과 운영을 맡아 저렴하게 공급하는 주택이다. 서울시는 2016년 사회주택 활성화를 위해 건축비 대출 한도를 90%까지 확대한 바 있는데, 대표적인 비영리 공급주체인 함께주택협동조합은 바로 이 때문에 난관에 봉착했다. 대출이 많은 임대사업자과 마찬가지로 사회주택 역시 보증 보험 가입을 거절당하고 있는 것이다. 박종숙 함께주택협동조합 상임이사는 “가입을 시도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허그)가 대출 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거절하고 있다”며 “공공성 높은 비영리 주택을 공급하자는 공익적 목적으로 추진된 정책이고 단순 금융대출이 아닌 정책자금 대출인데도 가입이 안 된다고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가 징역을 살거나 과태료 3000만원을 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답답해했다. 보험 가입을 못하고 있는 함께주택 2호는 1인 가구 5호, 2인 가구 5호 등 총 10호가 거주하고 있다. 2015년 임대를 개시한 이래 지난해 처음 월 사용료(임대료)를 26만원에서 28만원으로 올렸다. 마포구에 있는 이 주택 인근 원룸의 월세 시세는 60만원으로 2배에 달한다. 5년 단기임대였던 함께주택 1호도 7·10대책이 단기임대를 폐지함에 따라 자동말소돼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됐다. 정부 여당의 임대사업자 제도 재정비 과정에서 함께주택협동조합은 투기를 일삼는 다주택 법인과 똑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셈이다. 다만 임대사업자들을 떨게 만들었던 보증 보험 미가입 시 형사처벌 조항이 8월18일 이후 당장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형사처벌 조항을 삭제하고 대신 최고 3000만원(보증금의 10%)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수정한 민특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22일 법사위를 통과하면 23일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보증 보험 가입 의무화는 깡통전세 예방을 위해 필요하지만 그동안 임대사업자 제도가 운영되어 온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도입한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활동을 하면서 여러 법을 접하지만 민특법만큼 구멍이 많은 법이 없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공공정책대학원 부동산학과)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세제 혜택은 문제가 있지만 이미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가 받게 될 피해도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 자발적인 등록제를 등록의무제로 바꿔 모든 임대주택을 등록하게 하고 장기, 단기, 법인, 개인 등 다양한 유형에 맞게 혜택을 차등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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