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금만 달라"…수상한 요구에 보이스피싱 눈치챈 은행원
"2,200만 원 다 현금으로 찾아갈게요" |
지난 11일, 광주광역시의 한 농협. 창구 번호표를 뽑아 든 62살 강 모 씨가 다급히 자리를 찾아 앉았습니다. 강 씨는 창구 은행원 남가희 씨에게 통장에 있는 2,200만 원을 모두 현금으로 인출해 달라고 했습니다.
은행원 남 씨는 안전한 계좌이체나 수표는 안 되겠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강 씨는 줄곧 현금만을 고집했습니다. 만 원권이든 5만 원권이든 상관없으니 무조건 현금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남 씨는 천만 원 이상 고액 현금을 찾아갈 때 작성하는 '금융사기 진단표'를 내밀었습니다. 진단표를 받아든 강 씨의 모습에는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현금 사용처를 물어보고 보이스피싱이 아니냐며 수차례 의문을 제기했지만, 강 씨는 상가 계약금으로 써야 한다고 둘러댔습니다.
그렇게 실랑이는 30분간 계속됐습니다.
은행원 남 씨는 누군가와 계속 통화를 하고, 다급하게 재촉하는 강 씨의 모습에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했습니다. 결국, 경찰에 신고했고, 은행 직원들의 신고로 강 씨는 자신의 재산 2,200만 원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 알고 보니 '보이스피싱'…"꼼짝없이 당할 뻔했다"
사건의 발단은 강 씨가 받은 휴대전화 메시지 한 통이었습니다. 강 씨는 은행을 찾기 전 보이스피싱 조직원들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정부지원금을 받아 저금리로 5,100만 원이 대출 가능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신 기존 대출금을 당장 상환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중대출'로 판별돼 모든 금융거래를 정지당할 거라고 협박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치밀하게 강 씨를 속였습니다. 휴대전화를 아예 해킹해 수신전화를 조작했고, 여러 사람이 번갈아 가며 그럴듯한 핑계를 만들어냈습니다.
현장 직원이 직접 받으러 나갈 거라면서 기존 대출금 2,200만 원을 현금으로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당장 수중에 돈이 없던 강 씨는 친구에게 1,000만 원을 빌리기까지 했습니다.
강 씨는 은행직원들이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당할 뻔했다"면서 신고해준 은행원 남가희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뉴스에서 보이스피싱 당했다고 하면 누가 당할까 생각했다"며 자신과 자신에게 돈을 빌려준 친구까지 두 사람의 목숨을 구해줘서 고맙다고 전했습니다.
■ "저금리 대출" 미끼 '대출 사기형' 수법 늘어… 경찰, '주의 당부'
정부지원금으로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이는 이른바 '대출 사기형'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최근 크게 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 직원으로 속인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정부 지원금으로 저금리 재대출을 해주겠다.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대출금을 현금으로 상환해야 한다"고 속이는 겁니다.
실제 올들어 지난 7월 기준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대출 사기형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07억 원이 넘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67억원이었습니다. 피해액만 봐도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입니다.
경찰은 공공기관이나 금융권 등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현금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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